Ahn Byeong-kyeong
출생 : 1947-11-14, Nonsan, South Chungcheong, South Korea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나이 60세면 회갑(환갑)이라 하여 가족과 축하객을 모아 큰 잔치를 벌였다. 우리가 장수할 수 있는 나이가 60세 전후였고, 60세 이상이 되면 세상의 모든 것에서 물러난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의학이 발달해서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요즘에는 60세이면 제2의 인생 모작을 시작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몸이 늙는다고 마음까지 늙을까? 오히려 젊었을 때 자식 키우느라 고생하면서 흘려보낸 시간보다 마음은 더 젊다. 그야말로 하고 싶은 일에 더 뜨겁게 도전하고 싶은 새로운 청춘의 시대가 도래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품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화한 우리 시대의 노인들이 겪는 새로운 노년 인생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Deok-soon
만년 7급 공무원 필용은 3년 전 아내 효경이 자기 때문에 뇌경색으로 쓰러지자 아들을 큰 집에 맡겨놓고 거동이 불편한 아내의 수발을 들며 비루한 인생을 살고 있다. 퇴직 전에 5급 사무관이라도 돼보려던 그는 새로 부임한 상사가 한지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걸 알고 마지막 기회란 생각에 시청 한지과로 전과한다. 한편 2년 동안 전국을 돌며 한지에 관한 다큐를 찍고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 지원은 우연히 필용과 부딪히며 티격댄다. 그러다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조선왕조실록’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전주사고 보관본을 전통 한지로 복원하는 필용의 계획을 알게 되고 여기에 동참한다. 하지만 필용은 일을 시작했을 때의 마음은 온데 없이 집념인지 집착인지 이 일에 매달리고 지원과의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까지 흘러 아내 효경이 남편의 변화를 눈치챈다. 게다가 한지 복본화 사업이 무산위기까지 놓이는데…
Nak-san Geo-sah
남남이지만 소리꾼 양아버지에게 맡겨져 남매가 된 ‘동호’(조재현 분)와 ‘송화’(오정해 분). 서로의 소리와 북장단을 맞추며 자라난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을 갖게 된다. 하지만 ‘동호’는 마음 속의 연인을 누나라 불러야 하는 괴로움을 견딜 수 없어 집을 떠나버린다. 그리고 몇 년 후, 양아버지가 죽고 ‘송화’는 눈이 먼 채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제 ‘송화’를 누나가 아닌 여자로서 사랑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동호’... ‘송화’를 찾아 다시 한 번 그녀의 노랫소리에 북 장단을 맞추며 눈이 되어 주고 싶은 ‘동호’는 연인의 자취를 찾아 길을 나선다. 하지만 엇갈린 운명으로 얽힌 두 사람은 가슴 아린 잠깐의 만남과 긴 이별로 자꾸 비껴가기만 한다. 그러던 중 ‘동’호’는 유랑극단 여배우 ‘단심’(오승은 분)의 유혹에 흔들리고 마는데. 차마 ‘동호’앞에 사랑을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선학동 선술집 주인 ‘용택’(류승룡 분)의 한결 같은 외사랑도 뿌리치며 판소리가 ‘동호’인 듯 노래에만 열중하던 ‘송화’는 이 소식에 충격을 받아 모습을 감춰버린다. 그리고 마침내 ‘용택’의 선술집을 찾아 온 ‘동호’는 자신이 미처 몰랐던 ‘송화’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Byeon
할머니와 단 둘이 살던 소녀 소단. 활동 사진 보러 간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져 버린 할머니를 찾아 낡아빠진 ‘삼거리극장’으로 들어선다. 딱히 할 일도 없어 매표소에 직원으로 취직하게 된 소단. 어느 늦은 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극장에서 담배를 피우다 느닷없이 혼령들을 만난다. 낮엔 극장직원들이지만, 밤에는 혼령의 모습으로 삼거리극장에서 판타스틱한 춤과 노래의 향연을 펼치는 에리사, 모스키토, 완다, 히로시 네 명의 혼령들. 소단은 이들에게 우스꽝스러운 수난을 당하기도 하지만, 기괴하고 퇴락한 꿈의 공장 같은 삼거리극장에서 그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짜릿한 쾌감을 만끽한다.
Chang
70년대 후반, 열일곱의 나이에 시골에서 상경한 영은(신은경)은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서울생활을 시작하지만 돈을 더 잘 벌 수 있다는 술집으로 옮겨온다. 하지만 술만 팔 수 있는 술집은 없을뿐더러, 한 번 이곳으로 들어오면 빠져나갈 수도 없다. 70년대 산업화 이후 정치와 경제의 이동과 변천 속에서 매춘 산업도 변화를 겪고 영은은 중년에 이르기까지 팔도를 전전하며 매춘부 인생을 산다. 그 사이 영은은 사랑하는 사람도 잃고 돈을 벌기는 커녕 사기를 당하고 빚만 늘고 마음은 약해질대로 약해진다. 그녀의 소원은 오직 옛날 고향의 메밀꽃 밭을 보는 것이다.
Sae-mal A-jae
저명한 작가인 준섭(안성기)은 어머니(한은진)의 부음소식을 듣고 시골로 내려간다. 장례 절차를 치루는 준섭과 가족들, 그러나 오랫 동안 치매를 앓아온 어머니의 죽음이 가족들에게 주는 감정은 각각 다르다. 그러던 중, 집안의 돈을 훔쳐 달아난 준섭의 이복조카 용순(오정해)도 할머니의 부고를 보고 달려온다. 이런 용순을 가족들은 못마땅해 하지만 그녀는 할머니에 대한 애정 때문에 온 것이다. 준섭에 대한 취재차 내려온 장기자(정경순)는 용순에게 관심을 가진다. 한편 장례가 치러질수록 가족들의 갈등이 나타난다. 삼경에 준섭이 어머니의 생전에 출간하고 싶어하던 동화책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가 도착하는데...
Nak-san Geo-sa
1960년대 초, 누나와 아버지를 찾아 다니던 동호(김규철)는 보성 소릿재에서 주막 주인의 판소리를 들으며 회상에 잠긴다. 마을 대갓집에서 소리품을 팔던 유봉(김명곤)은 동호의 어미 금산댁을 만나 자신의 양딸 송화(오정해)와 함께 새 삶을 꾸린다. 금산댁이 아이를 낳다 둘 다 죽자 유봉은 아이들을 데리고 소리품을 판다. 동호에게는 북을 송화에게는 소리를 가르치던 중 동호가 생활고와 유봉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는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떠나자 유봉은 송화가 자신을 떠날까 봐 그리고 송화의 소리에 한을 심어주기 위해 그녀의 눈을 멀게 한다. 시력을 잃어가는 송화를 정성스레 간호하는 유봉, 그러나 그는 죄책감으로 죽어가며 송화에게 그 일을 사죄한다. 몇 년 후, 유봉과 송화를 찾아 헤매던 동호는 이름 없는 주막에서 송화를 만난다. 송화에게 판소리를 청하는 동호, 송화는 아버지와 똑같은 북장단을 치는 그가 동호임을 알지만...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 말엽인 일제 강점기. 종로통을 장악하고 있던 김두한은 자신의 영역을 넘보던 일본인 하야시와의 대결에서 승리한다. 하지만 김두한은 사랑하던 여인(송채환)을 하야시파의 오른팔 김동회에게 빼앗긴다. 괴로워하던 두한은 일본장교와 싸움을 벌여 헌병대 취조실로 끌려간다. 채환은 두한을 구하려고 헌병대장에게 몸을 허락하고 자취를 감춘다. 한편, 김두한을 짝사랑하던 일본기녀 세쪼꼬는 두한에게 하야시파의 습격계획을 알려준다. 조선상권을 지키려는 두한과 하야시는 종로에서 일대격전을 벌인다. 헌병을 가격하고 도망하는 두한을 구하기 위해 종로상인들은 힘을 합해 헌병을 막는데...
Driver Song
고등학생 순녀는 손닿지 않는 부성의 아픔만 남기고 떠난 아버지 윤봉 스님, 고리대금업과 성애의 갈증에 찬 어머니 제주댁을 가지고 있다. 순녀는 겨울 덕암사에 찾아와 은선 스님을 스승으로하여 비숫한 또래의 다른 비구니들과 함께 본격적인 비구니 생활을 시작한다. 순녀는 박현우라는 죽음 직전의 사내를 구출한 일에 연루하여 파계 아닌 파계를 맞게 되어 끝없이 시련의 세월을 보내고 남해안 어느 부둣가에서 만나 비금도 병원 생활을 시작한다. 병원 생활은 인간의 또 다른 아픔을 체득하는 기간이었다. 송기사를 건지려는 그녀는 송기사의 죽음으로 덕암사를 다시 찾아 진리, 자유, 구원 그 어떠한 지고지순의 가치도 사람의 아픔에 뿌리내리지 않고는 의미가 없다는 가르침을 스승 은선으로부터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