뤄홍우(황각)는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 카이리를 찾는다. 돌아온 고향에서 그는 아버지의 고장난 시계에서 얼굴이 잘려나간 어머니의 사진과 함께 과거에 만났던 한 여인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녀의 이름은 완치원(탕웨이). 뤄홍우는 현실인지 과거인지 꿈속인지 알 수 없는 시공간을 오가며 어머니와 관련된 과거, 그리고 알 수 없는 그녀와 함께한 여름에 대한 회상을 건져 올린다. 그녀를 통해 어머니를 만나고 이해하게 된 그는 그녀를 찾아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비간의 영화 세계에서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 구분은 무용하다. 시간성을 전제하는 각기 다른 공간들 역시 얼마든지 연결되고 병치되며 공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적 존재, 혹은 그러한 상태가 비간의 장편 에 정확히 기입되어 있다. 감옥에서 출소한 첸은 조카 웨이웨이를 찾아 카일리를 떠나 전위안으로 향한다. 그 길목에서 그가 당도한 곳은 가상의 천변 마을 당마이. 그곳에서 첸은 과거와 미래 혹은 상상과 꿈의 세계에서 온 듯한 인물들과 조우한다. 이때 카메라는 압도적이고 장대한 롱테이크로 당마이의 시공간을 신나게 오고 가고, 그 사이 인물들과 사건은 마주쳤다 분기하다 다시 만나길 거듭한다. 연속적인 내러티브에의 욕망을 거둬낸 비간의 세계에서 인물들은 죽음의 세계조차 뛰어넘어 다르게 살고 또 계속 살아 있다. (2021년 26회 부산국제영화제/ 정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