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 Dong-ha (Poet)
여대생 미원은 정진구의 집 가정교사로 들어온다. 겉으로 보기엔 부유하고 좋은 그 집에서 미원은 뭔가 어두운 그림자를 느낀다. 고등학생인 셋째 아들 인식은 미원과 친하게 지내며 식구들에 대한 얘기를 해주고, 미원도 그들과 지내면서 이 가족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다. 장성한 자식들의 어머니라기엔 너무 젊은 어머니는 국민학생인 막내 윤애의 친모일 뿐, 나머지 자식들은 모두 어머니가 다르고, 아버지는 가정을 돌보지 않는다. `아프레 걸'이랄 수 있는 영애는 예술대 음악과 졸업반으로, 프랑스 실존철학을 읊으며 승마와 드라이브, 연애로 시간을 보내고, 가족에 대해 빈정거리고 냉소한다. 차남 정식은 권투선수로, 작년 대회에서 패배했다가 올해는 필승을 다짐하지만 또 패배하고 만다. 장남 창식은 술로 세월을 보내는데, 6·25에 참전했다 평양에 가던 날 엄마를 찾으러 갔다가 다리를 다쳤고, 조강지처를 버린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안고 살아간다. 미원 또한 실연의 아픈 상처를 갖고 있지만, 이들 가족들을 이어주는 끈이 된다. 미원과 창식은 서로의 과거를 얘기하면서 사랑을 확인하고, 창식은 아버지와 화해하고 아버지의 회사일을 돕겠다고 마음먹는다. 영애도 무슈 최와의 결혼을 발표하면서 가정의 모든 갈등이 해결되는 듯하다. 그러나 경기에서 진 정식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최를 죽이자 영애는 집을 나가고 이 충격으로 아버지는 숨을 거둔다. 장례식이 끝난 지 두달 후 미원과 창식은 영애를 만나고, 이들 가족은 희망찬 미래를 약속한다.
Taek
딸 주를 데리고 피난생활을 하는 이신자는 6·25 때 죽은 남편의 친구였던 이성진 사장의 도움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나 친구의 아내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이 사장의 도의심은 신자에 대한 애정으로 변한다. 이를 눈치 챈 이 사장의 처는 강렬한 질투와 히스테리로 남편을 추궁하다 못해 우연히 알게 된 젊은 남자 택에게서 마음의 빈터를 채우려 한다. 택과 사장 부인의 불장난은 택이 해수욕장에서 익사하려던 신자의 딸 주를 구출함으로써 각도가 달라진다. 신자는 이 사장의 유혹을 받으나 뚝섬에서 딸의 목숨을 구해준 청년 택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택과의 동거를 위해 딸을 다른 집에 맡겨버린다. 그러나 전쟁 중 죽은 줄 알았던 택의 옛 애인 진이 나타난다. 택은 신자를 떠나고 그녀는 방황한다. 이미 진에게 안착한 택은 신자에게 이별을 고하지만 택과의 애정생활 속에서 진실을 찾으려던 신자는 충격을 받아 택을 향해 칼날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