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cher
이브는 멕시코시티 최고급 호텔의 메이드다. 영화는 손님이 떠난 방을 청소하고 침대를 정돈하고 욕실용품을 구비하는 그녀의 업무를 현미경으로 바라보듯 관찰한다. 종종 손님들이 두고 간 물건을 발견하기도 하고 또 어떤 손님들의 특별한 부탁을 들어주기도 하지만, 그녀의 일상은 익명의 손님들과 호텔 방 사이에서 무미건조하게 채워진다. 호텔은 마치 현대 멕시코 사회를 축소해놓은 듯한 공간 같다. 릴라 아빌레스의 데뷔작 는 호텔이라는 계급사회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이브를 호텔의 다른 직원 그리고 손님들과 병치시키면서 그녀의 사회적, 계급적 위치를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한편 카메라는 이브가 일하는 모습을 숭고함이 느껴질 정도로 집요하고 정교하게 포착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그녀의 노동을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끔 한다. 승진 하나만을 바라보고 묵묵히 성실하게 일해 오던 이브가 호텔 바깥으로 나오는 영화의 마지막은 오늘날 여성 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영화가 던지는 어떤 강력한 코멘트처럼 다가온다. (박진형/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