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포옹한 부부를 따뜻한 톤으로 화면 가득 담아내는 첫 시퀀스는 강렬한 흡입력을 가진다. 시베리아 작은 마을, 정직하고 성실한 패밀리맨 이고르는 이웃에게서 존경받는 인물이다. 어느 날 그에게 삶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형선고가 내린다. 병원도 샤머니즘 민간요법도 그를 살릴 수 없다. 가족을 두고 죽을 수 없는 그는 극단적 결심을 하게 된다. 는 성별을 바꾸면 죽음을 피할 수 있다는 시베리아의 우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이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파란을 일으킬 만한 결심을 한 이후, 이고르는 침묵한다. 그의 심리적 압박감과 고립감은 가족과 단절하고 숨어들어 간 헛간과 숲속 오두막이라는 공간에서 극대화된다. 진한 검은 색조의 영상은 어둠 속에 잠긴 그의 고독감을 세련되게 보여준다. 상대에 대한 소중함이 배어 나오는 첫 장면은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보여주며, 후반에 그의 아내가 보여주는 포용과 사랑은 관객에게 진한 여운과 잔상을 남길 것이다.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와 독특한 소재, 뛰어난 영상미가 돋보이는 수작. (남경희/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