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난 무당 모화는 점점 영험이 사그라지는 것을 느끼지만,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딸 낭이를 위해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릴 적 절에 보낸 뒤 소식이 끊겼던 아들 욱이가 돌아온다. 기쁨도 잠시, 모화는 욱이를 휘감고 있는 이상한 기운이 불길하다. 기독교에 귀의한 아들은 무당인 어미의 무속신앙을 업신여기고, 모화는 급기야 욱이의 목숨 같은 성경책을 불태우고 만다. 낭이는 이런 어미와 오라비의 모습을 오롯이 두 눈에 담는데…
아들 영술과 단 둘이 사는 을화(김지미)는 어느 날 내림굿을 받고 무당이 된다. 늙은 무당 빡지를 대신하여 굿을 해주곤 하던 그녀는 빡지 밑에서 일하는 박수무당 방돌(백일섭)과 살림을 차리고 딸 월희를 낳는다. 그러나 을화의 굿이 빡지 무당의 굿보다 신통하다고 소문이 나자 이에 앙심을 품은 빡지는 폭력소동을 일으키고 경찰에 잡혀간다. 어느 날 을화를 찾아온 스님이 영술을 데려다 교육시키겠다고 하자 그녀는 아들을 보내고 남편 방돌마저 사라져 다시 딸과 단 둘이 된다. 성인이 되어 찾아온 아들 영술(유장현), 그러나 그는 기독교인이 되어 어머니를 선교할 작정이었다. 아들과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원한을 풀지 못한 빡지가 찾아와 을화의 신당에 불을 지른다. 영술은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들지만 살아나지 못한다.
모화는 아름다운 자태와 영험한 강신으로 이름난 무당이다. 동네에서 웬만큼 큰 굿은 모두 그의 몫이다. 그러나 모화의 지난날은 한스럽기 그지없다. 줄광대의 딸이었던 모화는 어린시절 최진사의 아들 최도령과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모화가 최도령의 아이를 낳자 가문의 불명예를 두려워한 최진사가 두 사람을 갈라놓는다. 이일로 아버지가 대신 죽음을 당하고 겨우 목숨을 보전한 모화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모진 고생을 하다가 강신을 받아 무당이 된 것이다. 아들 욱은 공부를 위해 어느 절에 맡긴 후였다. 모화는 낭이라는 반벙어리 처녀를 자신의 뒤를 이을 무당으로 만들기 위해 수양딸로 삼아 살고 있다. 어느날 욱은 어머니 모화를 찾아 돌아온다. 건장한 청년으로 자란 아들 욱의 모습에 모화는 언뜻 최도령의 체취를 느낀다. 아들 욱은 어머니 모화의 강신과 낭이의 애절한 모습에 말못할 당혹감을 느낀다. 절에서 공부하는 줄로 알았던 욱은 어느 선교사의 도움으로 기독교 신자가 된 것이었다. 낭은 욱에게 야릇한 연정을 품게 되고 욱 역시 낭에게 마음이 끌린다. 비록배가 다르긴 해도 남매라는 사실때문에 두사람은 서로에게 향한 마음을 자제하려고 했으나 마침내 젊은 남녀의 뜨거운 연정은 그벽을 넘고 만다. 욱은 낭에게 굿은 미신에 불과하다는 것을 거듭 설명한다. 이러한 사실을 모른채 모화는 낭에게 내림굿을 하사해 후사로 삼으려 한다. 이를 말리던 욱은 자신이 기독교 신자라는 사실을 털어놓고 낭과 함께 모화의 곁을 떠난다.
한국 전쟁 이후 소식이 없던 봉수가 고향에 나타난다. 고향에는 이미 봉수의 사망 통지서가 날아든 뒤였고 봉수의 약혼녀 정순도 이미 다른 남자 상호와 결혼을 한 후였다. 봉수는 정순에게 상호를 잊고 자신에게 돌아오라고 설득하나 정순은 되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봉수는 괴로움에 시달리다 정신 착란증 증세를 보이고 그를 짝사랑하던 상호의 누이동생 정임을 목졸라 죽인다. 그후 봉수의 사망통지서는 상호가 정순과 결혼하기 위해 허위로 작성한 것임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