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ma
취르허 형제는 전작에서 벗어나기보다 변주하는 쪽을 택했다. 사람들은 좁은 실내를 오가고, 소리는 곁을 맴돌고, 아이와 고양이와 개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한두 가지의 멜로디가 반복해서 삽입된다. 그리고 사물은 무심한 흔적을 남긴다. 정서의 흐름과 그곳에서 발생하는 감각으로 이루어진 영화의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가족에서 멜로로의 변화다. 어긋난 감정의 교류가 인물을 묶는다. 각자의 기억은 어떤 파장도 일으키지 못하고, 부질없는 응시는 상처를 입는다. 시선끼리 벌이는 전쟁에 승자는 없다. 그저 습관처럼 공유했던 공간, 거미가 떠난 거미줄처럼 공간만이 모든 걸 기억하는 무덤으로 남는다. 감독은 그걸 ‘일상의 신화’라 했다. 영화를 본 뒤, ‘디자이어리스’의 「보야지, 보야지」가 예전과 달리 들리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