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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을 인질로 잡고 농성 중인 청년을 설득하려던 형사 야부이케는 ‘세계의 법칙을 회복하라’는 수수께끼 같은 쪽지를 받고 혼란에 빠진다. 잠시 망설이던 사이, 청년은 인질을 쏘고 자신도 자살한다. 이 사건으로 문책을 받은 야부이케는 무기한 휴가를 떠나게 된다. 우연히 도착한 숲에서 그는 주위의 모든 나무를 독으로 물들이는 한 그루의 나무를 발견하는데, ‘카리스마’란 이름의 이 나무를 둘러싸고 숲에서는 여러 입장들이 싸우고 있다. 나무와 숲 모두를 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야부이케는 이 숲의 투쟁 속에 들어가게 된다.
14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10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요시이(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어느 날 갑자기 기적적으로 깨어난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버렸고, 깨어난 그를 찾아온 사람은 가해자와 아버지의 친구인 후지모리(야쿠쇼 코지)뿐이다. 요시이는 후지모리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사고 전처럼 온가족이 함께 모여 화목하게 사는 것이다. 소식을 들은 가족들이 하나둘씩 그를 찾아와 곁에 머무르지만, 잃어버린 10년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시간을 잃어버린 청년이 느끼는 존재에 대한 불안감을 절제된 롱테이크와 롱쇼트로 표현해냄으로써, 손쉬운 감동보다는 적극적인 사유를 요구하는 작품. 극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오히려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일상을 무덤덤하고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1999년 베를린영화제 출품작. 이 작품은 감동보다는 사유를 요구하는 구로사와 감독의 의지를 드러낸다. 다작을 생산하는 감독으로 알려진 그는 독특한 작가성을 인정받고 있는 반면, 계속되는 실험 지향적 성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015 한국영상자료원 - 구로사와에서 구로사와까지, 일본영화의 절대강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