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마커는 시대의 목격자였을 뿐만 아니라 활발한 영화적 실천가였다. 가능한 모든 형식의 영화를 포함한 사진집, 전시 등 그의 광범위한 활동을 돌아보는 것은 마커의 개인적인 정치와 예술 성향뿐만 아니라 세계사를 짚어 보는 일이다. 프랑스를 넘어 세계 역사에 영향을 끼친 68 혁명을 다룬 붉은 대기는 그의 영화 중 가장 정치적이고 전투적인 영화로 당시 세상의 해결책처럼 등장한 ‘새로운 좌파’의 탄생을 사적 에세이 형태로 보여준다. 특정 이념은 과거에 남아 있지만 당시 폭발하기 시작한 세계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이미지의 힘은 사상보다 더 위대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세계 제3차 대전이 발발한다. 파리의 오를레이 공항에 있는 한 산책로에서 다보스 헨릭이라는 남자가 헬렌 카텔린이란 여자를 바라보는데 원자 폭탄이 폭발한다. 그 후 영화는 핵 쓰레기로 가득찬 지상을 떠나 사람들의 지하 생활을 보여준다. 지하 생활자들은 더 이상의 파괴를 막기 위해 '과거와 미래를 오갈 수 있는' 약을 가지고 과거와 미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내지만 결국 다보스 만이 성공한다.
68혁명에 대한 크리스 마커의 입장과 함께, 영화-이미지가 시간과 기억과 맺고 있는 관계성을 매체의 본질에서부터 추적하는 마르케의 작업물들을 대표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