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남편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남편의 전사 소식을 전하러 온 남자가 집에 눌러앉아 폭군처럼 군림하고, 혼자 힘으로 아이 둘을 먹여 살리느라 슬퍼할 겨를도 잊고 산 어느 날, 단아하고 고운 여인(김서형)이 찾아와 내게 누드모델이 되어달라는 제안을 했다. 최고의 조각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남편은 병을 얻으면서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고향으로 낙향한 후로는 작업도 접고 삶의 의지마저 꺾이고 말았다. 그이(박용우)에게 아무것도 해줄 게 없어 안타까움만 쌓여가던 어느 날,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우리, 또 다시 찬란한 날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이 끝났는데도 아내는 나를 위해 모델을 찾았다고 한다. 기대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아내에게 떠밀려 오랜만에 작업실을 찾았다. 아내가 찾은 모델(이유영)은 내가 그토록 원하던 이상적인 비율을 가졌다. 하지만 이미 굳어버린 이 손으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과연 나는 다시 조각을 할 수 있을까?
가구공장에서 일하며 남루한 삶을 사는 고니는 대학보다 가난을 벗어나게 해줄 돈이 우선인 청년. 어느 날 고니는 가구공장 한 켠에서 박무석 일행이 벌이는 화투판에 끼게 되지만, 고니는 그 판에서 3년 동안 모아두었던 돈 전부를 날리고 만다. 그것이 전문 도박꾼들이 짜고 친 판이었단 사실을 뒤늦게 안 고니는 박무석 일행을 찾아 나서고, 도박으로 시비가 붙은 한 창고에서 우연인 듯 필연처럼 전설의 타짜 평경장을 만난다. 그리고 잃었던 돈의 다섯 배를 따면 화투를 그만두겠단 약속을 하고, 그와 함께 본격적인 꽃싸움에 몸을 던지기 위한 동행길에 오른다.